혁신 기업 뺨치는 혁신 경영대학원 [INS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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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업 뺨치는 혁신 경영대학원 [INS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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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업 뺨치는 혁신 경영대학원


"밤새 눈이 와서 길이 막혀버렸어요. 어떻게 하죠?"

로이(가명)는 새벽 4시에 걸려온 전화에 잠이 확 깼다. 오늘 안에 배송해야 할 것이 수백 건인데 눈으로 도로가 막혔다. 로이는 고객들에게 "폭설로 배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양해를 구하는 메일을 보냈고 긴급 인력을 투입했다. 이번엔 '회사 제품에서 석면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TV를 장식했다. 고객들의 메일과 전화가 폭주했다. 로이는 즉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실 로이는 모의(模擬) 수업 중이다. 프랑스 경영대학원(MBA) 인시아드(INSEAD)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당신의 첫 100일'이란 강의다. 로이는 2주간 모의 온라인 상거래 업체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하며 기업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문제를 가상 체험한다.

인시아드. /Bloomberg

로이 외에 재무, 인사, 영업, 마케팅 분야까지 대여섯 학생이 한 팀이다. 그가 며칠 CEO 시늉을 하는 동안 교수들은 실제 일어날 법한 문제를 밤낮 가리지 않고 낸다. 로이가 있는 곳은 1년 내내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싱가포르라 눈이 올 리 없지만 글로벌 기업을 가정했기에 그의 가상 회사는 눈과 씨름한다. 조금이라도 위기 대응이 늦어지면 기업 가치가 떨어진다.

졸업한 선배들은 주말이면 학교를 찾아 모의 이사회나 채권단 역할을 맡아준다. 학생들은 고객을 설득해야 하고, 제품 불량에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고, 언론사 기사에까지 대응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교수들이 녹화해 "자네 사과문 발표할 때 눈빛이 너무 불안했어" "사과하는 사람답지 않게 걸음걸이가 오만했어" 하며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해 준다.

다른 경영대학원도 비슷한 모의실험 강의를 한다. 하지만 인시아드는 교수진이 새벽 아무 때나 울리는 전화 자동 발신기, 컴퓨터 시뮬레이션, 녹화 영상, 소셜네트워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2주동안 유별나게 강한 훈련을 시킨다.

 

일리안 미호브 인시아드 학장. /박정현 조선비즈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로 40분쯤 떨어진 소도시 퐁텐블로에 뿌리를 둔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집계하는 글로벌 MBA 2016년 순위에서 하버드비즈니스스쿨(2위)을 제치고 1위로 선정됐다. 런던비즈니스스쿨(3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4위)과 더불어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 중 하나다. FT가 1999년부터 전 세계 150여 경영대학원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이래 인시아드는 항상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처음 1위에 올랐다.


지난 2013년부터 인시아드를 이끌고 있는 일리안 미호브(Mihov·50) 학장을 만났다. 미호브 학장은 '본교'와 '분교' 개념을 무너뜨린 인물이다. 불가리아 출신인 그는 2002년부터 싱가포르 캠퍼스에서 근무했는데, 학장으로 선출되고 나서도 프랑스 캠퍼스로 거처를 옮기지 않았다.

"인시아드는 '글로벌' 비즈니스스쿨입니다. 학장이 됐다고 해서 프랑스 캠퍼스로 옮겨야 하나요?"

말로만 글로벌을 지향할 게 아니라, 학장 본인부터 프랑스에서 1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글로벌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인시아드는 현재 프랑스 퐁텐블로,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있다.


―MBA 평가 순위에서 언제나 높은 위치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와튼비즈니스스쿨과 같은 미국 상위권 비즈니스스쿨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많은 학교가 '글로벌'을 표방하지만 구성원 비율을 보면 진정한 글로벌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비즈니스스쿨은 학생 절반 정도가 미국인입니다. 이와 달리 인시아드는 국적과 인종이 다양합니다. 매년 전 세계 80국에서 학생을 뽑는데, 어느 한 나라에서 온 학생이 전체 합격생 수의 10~12%를 넘지 않도록 선발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인시아드에 입학하면 누구든지 다 '마이너리티(소수 국적)'가 됩니다."

일리안 미호브 인시아드 학장. /인시아드 제공

―다양성이 왜 기업에 중요합니까.

"경영 트렌드의 큰 화두는 인재의 '포용성'과 '다양성'입니다. 요즘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에 적응하고 국제적으로 빨리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인재를 뽑기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인시아드가 캠퍼스를 프랑스에만 두지 않고 아부다비, 싱가포르에 세우고 원하는 캠퍼스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학생들이 '나와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한 겁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에 노출되면서 내가 가진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배우고, 또 내가 가진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중동 기업과 문화까지 경험하면서 폭넓게 연구할 수 있습니다."


인시아드의 전략은 '성공하는 기업'의 모습과 닮았다. 미호브 학장의 결정은 본사에 힘이 편중되지 않게 본사 임원들이 직접 해외 현장에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또 이 학교는 교수들의 연구 역량에 대거 투자한다. 안토니오 보르헤스 전 인시아드 학장이 1996년 프린스턴대에서 탄탄대로를 눈앞에 둔 미호브 당시 부교수를 영입해 올 때도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도록 무한대로 지원해 주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기업 용어로 바꿔 말하면, 내실을 다지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인시아드 프랑스 퐁텐블로 캠퍼스(위), 싱가포르 캠퍼스. /인시아드 제공

―다양성을 중요시한다는 MBA스쿨은 인시아드 외에도 여럿입니다. 또 다른 강점이 있습니까.


"최근 몇 년간 신흥 시장의 성장성이 좋았습니다. 미리부터 신흥 시장에 캠퍼스를 정비해 놓은 인시아드는 이 과정에서 신흥 시장에 적합한 인재를 많이 배출할 수 있었고 졸업생이 받는 연봉 수준도 덩달아 크게 올랐습니다. 학생들의 배경이 다양했고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게 훈련한 까닭입니다. 또 인시아드는 다른 대부분 MBA 학교보다 석사과정이 1년으로 짧은데, 학생들의 투자 대비 수익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서 포브스는 MBA 졸업 후 5년 후의 연봉 전망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스탠퍼드는 8만9000달러, 하버드는 8만3000달러로 미국서 가장 높았습니다. 인시아드는 17만1000달러였습니다. 거의 2배에 이르죠. 부담해야 하는 학비가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그 기간에 못 벌게 되는 월급(기회비용) 규모도 줄어드니 예상되는 연봉 전망치도 높은 것입니다."


―인시아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리더십은 어떤 스타일입니까.


"자기반성을 하면서 의사 결정을 내릴 줄 아는 리더를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원유 유출과 같은 사태를 떠올려보면, 장기적인 영향은 생각하지도 않고 상황에 대한 고찰 없이 결정을 내린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엇이 올바른 가치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리더가 되어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앉으면, 매출이나 영업 목표를 이루고 단기적 성과를 내려고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지금 내리는 결정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못 하게 되는 겁니다." 



출처 : 조선비즈 박정현 기자  | 2016/06/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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